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 매년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주제가 바로 온열질환이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7월 22일까지 온열질환자는 1,125명, 사망자는 5명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최근 폭염이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와 열대야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이라 안심하기는 이르다.
온열질환은 사람의 체온 조절 기능이 과도한 열에 노출되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급성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노인이나 어린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위험할 수 있어 초기 증상을 알아두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열질환의 종류와 증상
온열질환은 증상의 경중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뉜다.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 근육에 통증을 동반한 열경련이 나타날 수 있고, 피부 근처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되면서 손발이 붓는 열부종이 발생하기도 한다.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면서 갑자기 의식을 잃는 열실신도 있다.
흔히 일사병이라 부르는 열탈진은 심한 무력감과 피로, 어지러움, 메스꺼움,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여기까지의 온열질환은 대부분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열사병이다.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중추신경계까지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중증 질환으로, 섬망이나 발작,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고 맥박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 즉각적인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러 장기가 연쇄적으로 손상되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만큼,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조심해야 할 사람들
외부 기온과 자신의 체온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있는 노인이나 알코올 중독자, 심뇌혈관질환·치매·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을 앓고 있는 사람, 정신과 약물이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열사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폭염 속에서도 밭일을 하다 쓰러지거나, 냉방이 되지 않는 집에서 홀로 장시간 지내다 쓰러지는 노년층 사례가 자주 보고되는 만큼, 개인의 주의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관심도 필요한 부분이다.
응급 상황, 이렇게 대처하자
온열질환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환자가 입고 있는 옷을 벗기고 서늘한 곳으로 옮긴 뒤, 젖은 수건으로 몸을 감싸거나 찬물을 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얼음이나 아이스팩이 있다면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대주는 것도 체온을 빠르게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억지로 물을 먹이려 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도 환자를 얼음물에 담그거나 냉각팬, 냉각 담요 등을 사용해 체온을 낮추는 동시에 수액 치료와 산소 공급 등을 병행한다. 급성 신장 손상이나 횡문근융해증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방이 최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온열질환을 애초에 피하는 것이다. 기온이 가장 높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가볍고 헐거우며 통풍이 잘 되는 밝은 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물통을 챙겨 다니며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는 습관도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질 경우 야외활동 전 열지수와 기상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주변에 쉴 수 있는 서늘한 장소가 있는지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운동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 하고, 운동 전후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폭염은 매년 찾아오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버티기보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서늘한 곳을 먼저 찾는 습관이 무더위를 안전하게 넘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